밤11시, TV를 끄고 잠자리를 준비하는 A씨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다. 오늘은 잠들기까지 몇 시간이나 걸릴까? 우유를 마시고, 수면유도에 효과적이라는 음악을 들어봐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 이처럼 밤마다 불면증과 싸우고 있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한 수면, 그 해답을 찾아 보자.

잠은 어떻게 조절되는가?

잠을 자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은 없다. 아침이 되면 잠에서 깨어 활동을 하고,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깊어지면 잠을 잔다. 이러한 것을 수면 각성주기(sleep-wake cycle)라고 하는데, 엄마의 뱃속에서 약 30~32주가 되면 일정하고 규칙적으로 나타나며 평생 지속된다.

이렇게 수면과 각성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것을 일주기리듬이라고 하는데, 뇌의 심부에 있는 시상의 상시각교차핵이 생체시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일주기 리듬에 따라 체온, 호르몬, 소변 양 등이 함께 변화며 수면이 이루어 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이오리듬도 수면과 관련이 있다.

렘수면과 비렘수면

수면은 능동적이고 조직화된 생리적 행동으로서, 명백히 구분되는 두 가지 형태 즉 렘수면(rapid eye movement sleep)과 비렘수면(non-rapid eye movement sleep)으로 구성된다. 렘수면 중에는 안구가 이리 저리 움직이는데 이 때 신체가 거의 마비상태에 빠지고, 심박동과 호흡이 불규칙적으로 변하며, 흔히 꿈을 꾸게 된다. 이러한 렘수면은 정상적인 심리적 기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수면이다.

꿈을 꾸는 단계에 나타나는 렘수면과는 달리 비렘수면은 다시 4단계로 분류된다. 1~2단계는 얕은 수면, 3~4단계는 깊은 수면이다. 비렘 수면은 전체수면의 75~80%를 차지하고 있는 신체적인 회복에 필요한 수면이다. 유아기에는 하루에 16시간을 자지만 성인은 7~8시간 정도의 밤잠을 이루며 노인은 6시간 정도의 수면시간을 보낸다.

사람에 따라 수면의 양과 질에 차이 있어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한 느낌이 있으면 하루가 활기차고 편안하지만 어느 이유든 간에 잠자리가 편하지 못하면 집중도 잘 안되고 하루가 더 피곤하게 느끼게 된다. 우리의 하루 컨디션이 수면의 양과 질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 수면의 양과 질은 매우 상이하다. 한 번 자면 꿈도 꾸지 않고 깊이 자는 경우도 있지만 깊이 없는 선잠을 자서 주위의 자극에 의해 쉽게 깨기도 한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자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3~4시간만 자고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 있는가 하면 새벽에 잠이 들어 낮이 다 되어야 일어나는 올빼미형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도 있다. 자면서 심하게 코를 고는 사람, 다리가 뻣뻣해지고 저리는 사람, 잠꼬대를 하고 매일 저녁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수면이 부적절한 것을 수면장애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정상적인 수면각성 주기가 변하거나 수면의 질을 떨어 뜨려 신체 이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수면무호흡증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코골이의 경우 심해지면 잠을 잘 때 한동안 숨을 쉬지 않다가 한 번에 몰아서 숨을 쉬는 수면 무호흡증으로 발전 할 수 있는데 그럴 때 마다 자주 깨게 되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면서 낮에 졸리고 피곤하여 머리가 맑지 않은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오래되면 고혈압, 부정맥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뇌졸중, 심근경색증의 발전가능성도 증가한다. 편도선 비대 등의 이유로 어린이에도 코골이가 나타날 수 있는데 학습장애, 정서장애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수면무호흡증의 치료

수면장애의 진단

다양한 수면장애를 진단하기 위해 병원에서는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한다. 수면다원 검사란, 밤에 잠을 자는 동안 신체의 움직임, 안구운동, 호흡, 뇌파 등을 분석하여 수면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것으로 수면 장애의 원인을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정확하게 진단이 되면 쉽게 치료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잠들기 전 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나 뻣뻣한 느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하지불안증후군, 악몽, 렘수면이상행동장애 등은 약물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불면증의 경우 다양한 원인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대부분 호전된다.

잠자리가 반평생이라는 속담이 있다. 대부분의 수면장애는 당연하게 여기며 그냥 간과하여 수년 혹은 수십년을 힘들게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수면의 질과 양이 개선된다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 할 수 있다.   

글/한영수/혜민병원 뇌졸중클리닉 과장,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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